조금 천천히 가면 어때요?

Late Bloomer, Late Start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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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고령사회에는 성공의 시기에 대해서 새로운 발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급속한 산업화를 거쳐오면서 ‘빨리빨리’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서너 살 때 한글을 떼고 일곱 살에 영어 회화를 유창하게 하고 초등학교 4학년 때 고등학교 수학 과정을 공부하는 것을 이상적이라고 여기는 분도 계십니다. 마찬가지로 30~40대에 대기업 임원이나 벤처 거부, 고위 관료, 또는 국회의원이 되는 게 성공이라고 말하죠. 물론 이것이 나쁜 건 아니지만, 사회의 일반 기준이 되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공 기준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말하자면 성공의 시계를 뒤로 늦추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대기만성’이라는 한자성어아시죠?

 

제가 여기에 대해서 잠깐 공부했는데요. 이 말은 《노자(老子)》 41장에 처음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철학적인 성격이 강한 의미였습니다. 그러다 중국 삼국시대부터 지금과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되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 위나라에 최염이라는 장군이 있었는데요. 그 사촌 동생인 최림이라는 인물은 변변찮았나 봅니다. 그래서 친척들이 그를 깔보았는데, 최염은 최림을 좋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큰 종이나 큰 솥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결국 최림은 후에 천자를 보필하는 삼공의 자리에 올라 명성을 떨치게 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대기만성의 인물들이 꽤 많습니다. 이순신 장군이 출세가 늦었던 것은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리고 고구려 장군 을파소는 재능 있는 인물이었지만 알아보는 사람이 없어 시골 농부로 칠십 세까지 지냈습니다. 그러다 고국천왕에 기용되어 지금의 총리 격인 국상에 오르고 진대법을 만드는 업적을 남겼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습니다. ‘late bloomer’라고 하는데요. 관련된 책도 많고 꽤 활발하게 쓰입니다.

 

 

 

실제 역사에서는 늦은 나이에 꽃피운 Late Bloomer를 많이 찾을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사례를 찾아보았는데요.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벽화를 완성한 것은 90세 때였습니다. 베르디는 오페라 〈오셀로〉를 80세에 작곡했고, 〈아베마리아〉는 85세 때 작곡했습니다.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를 60세에 쓰기 시작하여 82세에 탈고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원숙한 철학은 70세 이후에 이루어졌습니다. 철인 플라톤은 50세까지 학생이었습니다. 미국의 부호 밴더빌트는 70세에 상업용 수송선 1백 척을 소유했었는데 83세에 죽기까지 13년 동안 그 규모를 1만 척으로 늘렸다고 합니다. 명참모 강태공은 70세가 되어서야 비로소 주나라 문왕의 부름을 받아 입신(立身)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모세가 민족 해방의 일선에 나섰을 때는 그의 나이 80세였습니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핑계로 쓰이거나 가능성 없는 사람에게 헛된 희망을 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렇죠. 노력 없이 시간만 지나면 될 것처럼 둘러대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조선 시대 기록 중에는 많은 선비가 대기만성이라는 말을 믿고 헛되게 시간을 낭비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다면 다소 늦더라도 성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정보량이 많고, 세상이 복잡할 때는 오랜 시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 경륜과 지혜가 중요합니다. 성공이 늦어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늦게 성공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봅니다. 특히 평균수명이 늘어난 고령화 시대에는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감을 버리고 나이가 들어서 진정한 성공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19세기 오스트리아 작곡가 중에 브루크너란 사람이 있습니다. 낭만파의 대표 작곡가로 높이 평가를 받는데요. 그가 첫 교향곡을 내놓은 게 44세 때입니다. 그런데 그나마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60세 때 발표한 ‘교향곡 제7번’을 기점으로 인정을 받습니다. 그때부터 70세까지 10년간 왕성한 창작을 하다가 2년 후인 72세 때 세상을 떠납니다. 브루크너는 다른 작곡가들이 20대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으며 성공 가도를 달리는 것을 보면서도 좌절을 느끼지 않고 꾸준히 자기 길을 걸었습니다. 그것이 원숙한 그의 음악의 바탕이 되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브루크너는 19세기 사람입니다.

 

지금은 성공의 시계를 더 뒤로 맞추어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늦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late starter’라고 합니다. 

 

‘late bloomer’가 노력 끝에 성공을 늦게 성취하는 사람이라면 ‘late starter’는 시작 자체를 늦게 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을 굉장히 용기 있고 멋있는 사람들로 보고 존경합니다.
 

미국의 화가 중에 해리 리버맨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분은 폴란드 출신인데 29세 때 미국에 이민했습니다. 장사를 하면서 그럭저럭 성공했는데, 정작 새로운 인생은 은퇴한 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77세 때 처음으로 그림을 배우기 시작해서 80이 넘어 화가의 삶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101세에 스물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는데, 평론가들은 그를 가리켜 ‘미국의 샤갈’이라고 극찬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는 스스로 위기관리를 해야 합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것을 자초하거나 키울 필요는 없습니다. 시간이 충분하다고 믿으시기를 바랍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빨리 목표를 이루려고 서두르다가 위험을 부를 수도 있습니다. 작게 출발하셔서 천천히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시기를 권합니다.
 

헬라야 회원 모두 late bloomer로 late starter로 진정한 성공을 맛보시기를 기원합니다. 

 


헬라야랩 권도형(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LIFE 5.0_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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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읽었습니다. 누구의 글인지 또는 출처가 어딘지 알려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2019.01.2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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